길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하고 나눠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길을 이용하는 인간은 나무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생물이 아니니깐. 이렇게 유동적인 길을 기준으로 잡아 건물의 위치를 표시한다는 생각은 확실히 어리석다. 도로명주소 말이다. 도로명주소는 서양에서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 만들어졌다. 우리나라가 쓰고 있던 번지주소가 만들어진 시점보다 훨씬 더 옛날이다. 루이 16세가 단두대에 처형되고 조지 워싱턴이 독립전쟁을 벌이던 시대다. 임진왜란이 16세기 말에 일어났다. 그때는 지금처럼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이동이 많지도 않았다. 그래서 길은 덜 유동적이었다. 한번 만들어진 길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