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경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잃어버린 30년'입니다. 자산 시장의 버블이 터지고, 고령화와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그 긴 시간 동안 일본의 투자자들은 모두 몰락했을까요?
놀랍게도, 그 지옥 같은 침체장 속에서도 자산을 지키고 심지어 불려 나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였습니다. 바로 '일본 밖'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왜 우리가 국내 자산에만 머물러선 안 되는지, 해외 자산(특히 미국 주식)이 어떻게 내 자산의 방공호가 되어주는지 분석해 봅니다.
1. 극명하게 갈린 30년의 성적표 (닛케이 vs S&P500)
가장 잔인한 차이는 '성장성'에서 나왔습니다. 1989년, 일본 닛케이 지수는 역사적 고점을 찍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일본 우량주만 믿고 장기 투자했던 사람들은 30년이 넘도록 원금조차 회복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시야를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돌린 투자자들의 계좌는 전혀 달랐습니다.
- 일본(Nikkei 225): 버블 붕괴 후 -50%~-70% 구간 횡보
- 미국(S&P 500): 1990년~2020년 사이 약 1,500% 이상 상승
일본 내수 기업이 성장을 멈췄을 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일본 투자자들에게 해외 주식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었던 셈입니다.
2. 이자 0% 시대, '와타나베 부인'의 지혜
자산 가격 상승뿐만이 아닙니다. 현금 흐름(Cash Flow) 측면에서도 해외 자산은 빛을 발했습니다.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 금리(0%) 정책을 펼칠 때, 일본의 가정 경제를 책임지던 주부 투자자들(일명 와타나베 부인)은 금리가 높은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일본에서 0%대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연 5~6%의 이자를 주는 미국이나 호주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그것입니다.
국내 예금 통장이 말라갈 때, 해외 자산은 꼬박꼬박 높은 이자와 배당을 가져다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3. 자동으로 작동하는 위기 방어막, '환율 효과'
무엇보다 해외 자산이 가진 강력한 무기는 '환율(환차익)'이었습니다.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 나라의 화폐 가치는 떨어집니다(엔저). 내 월급과 내 집(부동산)의 가치가 달러 기준으로 폭락할 때, 미국 주식이나 달러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환율 상승분만큼 자산 가치가 방어되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즉, "내수 경기가 안 좋으면 -> 환율이 올라 -> 해외 자산 평가액 급증"이라는 자연스러운 헷지(Hedge) 시스템이 작동한 것입니다.
결론: 일본의 연금도, 당신의 노후도 '글로벌'에 답이 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일본의 공적연금(GPIF)조차도 결국 일본 국채 비중을 줄이고, 포트폴리오의 50%를 해외 주식과 채권으로 채우는 대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 국가의 경제 성장에만 내 노후를 거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역시 고령화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가 들려옵니다. 과거 일본의 투자자들이 미국 해외주식과 달러 자산으로 '잃어버린 30년'을 버텨냈듯,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건전한 해외 우량 자산의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는 것이 아닐까요?